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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꿈 기록 2 : 꿈은 평행세계의 또다른 '나'와 공유되는 공간일까?

by 박또니 2019.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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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또 변하여 장주가 되었다고 하니,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하는 것은 끝내 구별할 수 없었다." - 김만덕 구운몽 중에서 - 

 


 

슬프고도 무서운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깼으나 이 현실이 꿈인 것인지, 꿈이 현실인지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시릴 정도로 슬프고 무서운 꿈을 꾸었다. 현실에 나는 건강한 부모님과 두명의 남동생을 두고 있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다섯명으로 구성되어있다. 꿈속에서도 우리가족 구성은 변함없었다. 그러나 많은 상황들이 달랐다.

 

이 꿈은 보육원처럼 보이는 곳을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 중에는 내가 제일 맏이처럼 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내가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는 어떻게 오게 된건지는 알수가 없었다. 꿈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났었던 것 같다. 지금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나는 엄마와 아빠 두분을 전쟁으로 잃게되었는데 두 남동생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남동생들은 그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가도 나에게 문뜩, "누나! 엄마 아빠는 어디있어?"라고 의아한듯 묻곤 했는데 나는 그럴때마다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말도 할 수 없다는게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가슴이 아팠지만 아무것도 몰라 씩씩한 남동생들을 보면 안쓰러워서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밤이 되자 아이들에게 잠옷을 입히고 이부자리를 정돈해 주었고 하나 둘 재웠다. 곤히 잠든 동생들의 얼굴을 보고 나니 더욱 슬픔이 찾아왔다. 모두가 잠들어 조용한 공간에 혼자 깨어 있으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와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긴 잠에서 돌아온 것처럼 엇나간던 초점이 서서히 맞춰지고 정신도 그렇게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낯설었다. 낯선 공기, 낯선 향기, 낯선 소리... 나는 어딘가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나는 신문지에 덮혀있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껴 제대로 눈을 뜨고보니 내 눈앞에 부모님이 나를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꿈에서도 그리웠던 부모님이다. 이곳은 꿈일까? 순간 생각했다. "이제야 정신이 드니?" 힘겹게 눈을 뜬 나에게 엄마가 물었다. 그런데 두분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보였다. 엄마의 얼굴은 마치 구안와사가 온 듯 입이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아버지는 너무나 홀쭉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치 몇개월은 씻지 않는 사람처럼 얼굴에는 검은 얼룩이 이곳저곳에 묻어 있었다. 그리고 내 주변 모습들도 너무나 이상했다. 세상은 깜깜했고 건물은 곳곳이 부서져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피해 이 골목에 있는 것 같았고 사람들은 이 골목을 지나 피난을 가고있는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한참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가 말했다. "동생들은요?" 이 말을 들은 부모님은 서로를 바라보시곤 안쓰러운 얼굴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말이 없자 나는 또 다시 부모님께 물었다. "동생들은 어딨어요?" 그러자 엄마는 나를 부축해 일으키며 "이제 그만 가야해..."라고 말하고는 내려놨던 짐을 어깨에 들쳐 메었다.

 

그순간, 잃었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아쳐왔고 모든 것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나는 전쟁으로 두 동생을 잃게 되었다. 그 충격에 엄마는 쓰러지셔서 입이 돌아가버렸고,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정신을 놓았다 돌아오기를 수십번 반복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피난 중에도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해 내가 정신을 잃게 되면 부모님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벽에 기대어 놓은채 혹여 내 체온이 떨어지지 않을까 신문지로 내 몸을 덮어 내 곁을 지켜주셨던 것이다. 이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자 또다시 너무나 큰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살아계시지만 남동생들이 죽은 이곳이 현실인 것인지, 남동생들은 살아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꿈이 현실인 것인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다. 허나, 어떤 것이 현실이라고 한들 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슬픈 상황이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남동생들이 죽었다는 이 현실에 나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또 다시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두번의 꿈속에서 깨어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곳이 진짜 현실이다. 그러나 내 두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꿈에서 너무나 슬픈 나머지 실제로도 나는 꿈을 꾸며 울고 있었나보다. 꿈에서 깨어났지만 그 슬프고 가슴아픈 감정은 지속되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우리가족이 모두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꿈에서 깨고난 뒤 한숨을 돌리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꾼 꿈은 과연 누구의 꿈이었을까? 전쟁으로 두 동생을 잃은 내가 꾼 꿈이었을까?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은 내가 꾼 꿈일까? 아니면 이 꿈은 평행세계의 또다른 내가 겪고 있는 일일까? 하고말이다. 그 무엇이 되었든 현실의 내가 실제의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봤는데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면 또다른 평행세계의 우리는 꿈을 통해 알게모르게 만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꾸는 수많은 꿈중에는 정말 현실같은 꿈들이 많다. 그런 꿈을 꿀때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때가 있지 않나? 꿈을 꾸고 있는건 나인데 마치 내가 아닌것 같은 느낌. 나는 그럴 때 다른세계에 있는 나를 꿈속에서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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