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2019년 열한번째 책리뷰 : 고시맨

by 박또니 2019. 11. 3.
반응형

 

 

# 작가 : 김펑

# 분야 : 소설

# 출간 : 마카롱 / 2018년

# 평점 : 8.9점

 

 

이야기의 주 무대는 신림동 고시촌이다. 그 중에서도 험난하기로 소문 나서 '해탈에 이르는 길'이라 불리는 언덕 위의 성문 고시원이 이 이야기의 주무대가 된다. 때는 아직 사법고시가 폐지되기 전인 2001년, 주인공 박현우는 오지 탐험가가 꿈이었지만 잔소리 섞인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 까짓것 사시에 붙은 뒤엔 자신의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패기 넘치게 신림동으로 온지도 벌써 6년째. 스물아홉살의 주인공에게 남아 있는건 다섯 번의 불합격 기록과 재발된 몽유병, 그리고 고시원 퇴실 명령서였다.

 

 

 

 

"현우야, 너 고시생과 장수생, 장수생과 고시 폐인 구분하는 법 알아?

고시식당 아줌마들이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면 장수생이래.

그리고 그 아줌마가 남은 음식을 싸주거나

김장할 때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부턴 고시 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대."

 

- 고시맨 '해탈에 이르는 길' 中에서 -

 

 

《고시맨》은 제5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읽다 보면 아직 때 묻지 않은 신예 작가의 단막극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고 괴테가 말했던가, 작가 또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청춘들의 고뇌를 잘 알고 있을터, 직접 경험했을법한 고시촌 생활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영상 출처 : 유튜브 『교보문고 스토리』

 

 

이 책의 재밌는점은 이런 암울한 고시촌 이야기를 희망 전도사 '미스터 앤서'와 검은색 쫄쫄이를 입은 노란 헬멧의 변태 '고시맨'을 통해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줄다리기하듯 웃기지만 슬프게, 슬프지만 유쾌하게 한국형 청춘 히어로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미스터 앤서 VS 고시맨! 고담시에는 영웅 배트맨과 악당 조커가 존재하고 있는데, 과연 고시촌에서는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당인 것일까?

 

 

 

총무는 고시촌에서 가장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 무엇인지 아냐고 내게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그건 바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제때 먹으면 그보다 좋은 약이 없지만,

유통 기한도 짧고 부패하기 쉬우며 누군가가 던져주는 부패한 희망이야 말로 독이라고 강조했다.

 

- 고시맨 '고시맨' 中에서 -

 

 

 

내용이 어렵지 않고 킬링타임용으로 그만인 이 책은 B급 소설 같은 냄새가 난다. 그런데 나는 B급 소설, B급 영화를 참으로 좋아한다. B급은 온갖 어려운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하고싶은 말을 포장하기보다는 솔직하며, 때로는 찌질한 여과되지 않은 감정들을 책속에 그대로 그려낸다. 또한 상업성이 짙지 않고 의도가 필터 되지 않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날개가 달린 듯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시생 44만명의 시대. 사법시험이 없어진 노량진과 신촌 고시촌 그 빈자리는 공시생들이 다시 채우고 있다. 합격으로 가는 길은 바늘구멍처럼 좁은데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10년, 20년... 끝끝내 공무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이 놓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해져 왔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적성에 맞는 것인지, 이일이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있다. 안정적인 공무원과는 달리 직장인들은 나이가 들면 언제 잘릴지 알 수 없으므로 내가 잘하는걸 알아 두어야 창업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거북이가 왜 토끼랑 달리기를 하려고 하지?

헤엄을 치란 말이야. 사람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이 다 달라.

그런데 왜 달리기만 하려고 하지? 고시 합격만이 성공한 인생일까?

302호, 너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질문이 쏟아졌지만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저 고시생이기에 고시생처럼 살았고, 머릿속에 채워 넣을 법조문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이런 질문들을 회피하며 살았다. 총무의 말처럼 고시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고시촌이라는 직장에서 그저 습관대로 살았던 것이다.

 

- 고시맨 '고시맨' 中에서 -

 

 

청춘들의 고민과 삶을 고시맨이라는 독특한 히어로를 통해 풀어낸 이 책이 나는 딱 지금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각오할 만큼 절박한 자여, 나를 따라 아미고 고시원으로 오라!" 그렇지만 너무 암울하고 머리 아픈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구원할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걸 진짜 희망이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이 책은 직접 구매하여 읽은 책임을 알려드립니다.

* 블로그 내용이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 하트를 꾸욱! 눌러주세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