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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20년 다섯번째 책리뷰 :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by 박또니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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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에린남

# 분야 : 에세이

# 출간 : 상상출판 / 2020년

# 평점 : 7.0점(네이버)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님이 책을 냈다. 일단 좋아하는 유튜버의 책이라 반가웠고 표지가 너무나 예쁜 나머지 반드시 소장해야 한다는 욕구가 생겨버려 고민 끝에 온라인 구매를 해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예쁜 책은 발견 즉시 현장 구매를 했겠지만, 사실 요즘은 나도 작가님처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라 웬만하면 소장하고 있는 책을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구매에 엄청난 고심을 해야 했다.

 

 

충동적인 오프라인 구매보다 온라인 구매의 장점이라면 책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은품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그 정체를 궁금해했던 '소프넛' 주머니가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 사은품으로 걸린 것이 아닌가?! 참고 참았던 이 호기심을 어떻게 누를 수 있을까? 책도 예쁜데 사은품까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몇 번 고민하는 척 온라인 사이트에서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됐던 것이다. 배송도 휴일인데 편의점 픽업 택배를 이용했더니 하루 만에 배송이 돼서 어찌나 신나던지, 집으로 돌아와 바로 택배 상자를 뜯어봤다.

 

 

너무나도 귀여운 에린남 작가님의 그림체!

에린남님의 영상을 보면 정말 '소프넛'의 정체가 궁금해 질 것이다.

에린남 유튜브 바로 가기 >

 

 

 

생김새와 냄새는 말린 무화과 열매의 냄새가 나고 찐득찐득하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세탁이 가능한 걸까?!

 

 

에린남님의 유튜브 영상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책을 읽는 순간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스럽게 또박또박 읽는 작가님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그만큼 유튜버 에린남님의 원고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영상 속에서 들었던 작가님의 말투가 책 속에서도 고스란히 묻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유튜브를 시청하듯 읽게 된다.

 

나 또한 나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라 책을 읽다 보면 작가님과 나의 가치관이 비슷해서인지 많은 부분을 동감하면서 읽게 된다. 그중 "수납장을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마시오"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이 문구의 공포스러움을 나는 한 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수납장, 수납함, 수납 정리대 등... 이 '수납'이라는 말에는 엄청난 함정이 숨어 있다. 나도 예전엔 정리 정돈을 잘해보겠다고 수납 정리대를 분류별로 산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에 기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대에 여러 물건이 섞이고 나중엔 분류도 신경 안 쓰게 되어 오히려 안쪽 수납장은 지저분해지고 외부 수납 정리대에는 물건이 산처럼 가득 쌓이다 못해 더 많아져서 수납해야 할 물건들만 증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다 에린남님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고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한 날, 나는 최소한의 수납 정리대 딱 3개 만을 남기고 멀쩡한 모든 수납 바구니를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를 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자잘한 물건들이 정리가 되면서 오히려 수납함이 있었을 때 보다 물건 정리가 잘 되었고, 수납할 물건은 더 줄어들 수 있었다.

 

 

옷을 정리하겠다고 수납 정리대를 사서 뿌듯했던 건 이 순간 잠시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납 정리대는 늘어나는 옷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옷장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수납함을 잘 쓰면 '정리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리를 잘하기 위해 수납 정리대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처럼 나와 작가의 공통된 가치관이 책에 포착되기 시작하니 책 읽기가 왜 이리도 재밌는 건지,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다른 일을 하다가도 자꾸만 책에 손이 갔다.(책에 자꾸 손이 가는 건 작가님의 귀여운 그림들도 한몫 했다.)

 

 

작가님은 비우기 중에 제일 힘든 것이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라고 했다. 나 또한 추억이 담긴 물건을 정리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초등학생 때 억지로 써야 했지만 지금 읽어보면 재미있는 추억이 가득한 수많은 일기장들, 대학 졸업식 때 엄마가 사줬던 첫 정장 원피스, 어렸을 때부터 수집했던 조그마한 인형들, 그리고 예뻐서 사두고 아까워서 쓰지도 못했던 색색이 예쁜 펜들까지 이 추억들을 어찌 쉽게 버릴 수 있으랴.

 

그럼에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괜찮은 물건들은 중고나라에 팔아 생각지도 못한 돈이 생겼고, 몇 가지는 기부를 했으며, 몇 가지는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신세가 되었다. 버려진 것들 중엔 버린 걸 후회하는 것도 있으나 이제 와서 후회하면 어쩌겠는가?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그 물건들은 나중에도 나에게 쓸모 있지 않을게 분명한 것을. 그동안 왜 이리 무언가를 비워내기가 어려웠을까 했는데 작가님이 책을 통해 내게 답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선명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음을.

 

예전 남자 친구와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를 버리지 못하고 간직했던 것은 행여나 우리가 다시 만나지는 않을까? 다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추억이 되는 물건일 텐데 버리면 아깝겠지? 하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영어를 반드시 마스터하겠다는 어림도 없는 미련 때문에 책장에는 읽지도 않는 영어책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버리지 못하는 모든 것에는 정말로 '미련'이 들어가 있었다.

 

이런 쓸데없는 미련을 버리기 위해서 나는 큰 마음을 먹었다. 내가 1년 뒤에 죽는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죽기 전에 내게 남아 있는 물건들 중 가장 쓸데없는 것부터 죽기 직전까지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누어 정리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물건에 대한 미련은 점점 없어져 갔고 정리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져 갔다. 작가님의 정리 스타일이 나를 위한 물건인가? 남을 위한 물건인가? 그리고 가지고 있을 때 마음이 편한가? 고심하며 정리하는 방법이라면, 나는 좀 더 극단적인 정리 방법을 선택했다. 만일 이 책을 보고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어 졌다면 자신 만의 물건을 정리하는 기준을 먼저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한번 겪어본 내 이삿짐이 경악할 정도로 쓸데없이 많았던 것에 충격을 받아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또다시 독립을 생각하고 있기에 최대한 내 물건을 줄이기 위해 그나마 제일 큰 '30인치 캐리어' 하나에 웬만한 옷과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 옷은 살 빼면 입을 거야, 이건 아까우니깐 가지고 있어야지!" 하며 여전히 미련을 놓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참고로 작가님은 영상에서도, 책에서도 물건을 정리하는 방향이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닌, 환경도 살리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책에서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생소한 환경 운동을 알려주었는데 이 운동은 실생활에서 발생되는 쓰레기, 특히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 같이 썩지 않는 소재의 사용을 줄여 나가는 운동이라고 한다. 나는 단순히 비우기에만 열중하고 있으나 작가님은 평범한 분리수거를 넘어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플라스틱 세제 대신 소프넛을, 썩지 않는 비닐봉지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생분해가 가능한 봉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작가님의 영상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가 있다.

 

에린남의 미니멀 라이프로 달라진 생활 습관 바로 가기 >

 

 

이 책을 다 보고 집안 청소를 끝낸 후 분리수거를 하러 내려갔는데 가슴 한편이 답답해져 왔다. 사실 그동안 분리수거를 잘해야 한다는 것만 신경 썼지 쓰레기들이 얼마나 배출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었다. 그런데 '병/캔, 플라스틱, 비닐봉지, 종이'로 나눠진 분리수거함에서도 유난히 탑처럼 쌓인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이 책을 보고 각성이 된 것일까? 생활 속에서 우리는 다른 재질보다도 편리한 플라스틱을 유난히 많이 쓰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작가님의 선한 영향력을 이어받아 나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야 겠다. 그런데 한국의 포장 기술은 한국을 플라스틱 천국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이제는 쓸떼없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너무나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끝으로 이 책은 거창하게 미니멀 라이프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정보성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그동안 작가님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자신이 경험했던 생활 속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이사준비를 하거나 계절이 바뀔때마다 나는 항상 생각하게 된다. 물건은 많아도 쓰고 있는 물건은 얼마 없고, 쓸데없이 가지고만 있는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언젠간 사용하겠지. 언젠간 입겠지... 그러나 그 언젠가가 벌써 몇년째이다. 나는 나의 욕심으로 인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만 많아지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보통의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무엇일까? 나는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하는 건가? 그리고 어디까지 비워내는 것이 맞는 것일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도 많고 미니멀 리스트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새댁의 재미난 생활 속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직접 구매하여 읽은 책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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